뒤안길에서서 ᆢ
돋움 발로 내려선 어두운 포도 위로 겨울비가 내린다ㆍ 하나, 둘 켜지는 가로등 아래로 빗금 치는 빗방울들이 차갑게 느껴지는 건, 등 돌린 계절! 가을이 떠난 빈 가슴 때문이리라ㆍ 달력 한 장 없이 일 년을 살아내고, 이제 곧 학년이 바뀌게 된다ㆍ 딱히 달라질 것도 기대할 것도 없는 의미 없는 나날들 같지만 아침이 오면 또 하루를 시작하게 되겠지? 희끗하게 돋아 나온 새치머리에 염색도 해야겠고 가난해진 위장에 일용할 양식도 채워줘야겠는데 가만가만히 들려오는 빗소리가 좋은 나절이다ㆍ 햇살이 노닐다간 거실 바닥과 창가에 촉촉한 습이 스며든다ㆍ 숨죽인 티브이 화면에선 이전 인간극장이 방영되나 보다ㆍ 바닷가 갯바위에 김을 뜯어 햇살에 말려 두고 동백꽃 가지를 꺾어 화병에 꽂고 손님맞이 나가는 풍경이 그려진다 ㆍ ..
담숙한 눈짓/뜨락...
2020. 12. 13.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