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꽃 ....
단우를 첨 만난 건 늦은 가을날이었다. 갈대들이 수없이 손짓하는 섬진강 강변을 굽이굽이 달려가던 서애는, 곱게 물든 감나무 이파리들 사이로 선홍빛 감들이 익어가는 것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붉은 알전구들이 사뭇 가슴에 피어나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저 빛깔의 투명함은 누가 그려낼 수 있으려나. 홀로 나직이 중얼거리며 노을이 마실 나온 강가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자맥질하던 노을이 산을 넘고 이내 어두워진 강가엔 정적이 흐른다. 잠들지 못한 물고기가 튀어 오른다. 화들짝 놀란 서애가 일어서는 순간, 쏴 하고 빗줄기가 이마를 스쳐 간다. 빗방울이 후드득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한적한 길을 다시금 달리던 그녀의 눈에, 오래된 농가를 리모델링한 자그만 찻집이 들어왔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 위로 쪽빛 페인트..
담숙한 눈짓/남루한 수필 흔적...
2020. 6. 24. 0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