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숙한 눈짓(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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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길에 서다
11일에 등단 식이 있어 서울에 다녀왔다. 달팽이관에 문제가 있는지 악성 길치 방향치인지라 내도록 걱정하던 아들이 동행해주었다. 낯가림도 심하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게 공포 수준이라 가슴이 벌렁벌렁. 소감 이야기하는 시간에 무슨 말을 했는지 아득하다. 어쩔 수 없는 고질병 같다. 너무 많은 인연을 갖지 말라는 말씀도 있지만, 이즘 맺어진 귀한 인연에 감사하는 맘이다. 더불어 어느 유명한 시인이 쓰신 수필이 생각난다. 50년대에 비해 워낙 문예지도 많고 계간지도 많다. 시,소설,수필 분야에서 수십 명의 신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초판 발행이 2006년도인 책이니까 지금은 훨씬 더한 신인 배출이 있을 것이다. 문학계에 한 획을 그은 그 분의 시선에선 현실적인 세태에 대해 노심초사와 무엇을 염려하는..
2022.06.21 -
사진 한 장
사진은 찍는 작업 보다 버리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한다. 사진 작가님들에게 주워들은 풍월이다. 나 역시도 딱풀처럼 손에 쥔 핸드폰으로 소소한 일상을 담다 보면 시간 날 적마다 정리하며 지우게 된다. 눅눅한 내음에 잠이 깨고 창가에 매달린 빗방울이 그지없이 반가운 날 아침이다. 산에 가려던 맘을 접고 습관처럼 사진 정리를 하다가 눈에 띄는 사진을 보게 됐다. 먼저 간 동생의 큰 조카가 레바논 파견 간 동생과 영상통화를 연결해 엄니께 보여 드리는 사진이다. 보문 호수 옆 '쑥부쟁이' 한정식집에서다. 저 반달눈에 엄니 모습에는 그리움 기다림 애틋함 대견함... 모든 감정이 배인 고운 모습이다. 일상에서 건진 이즘에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2022.06.05 -
울산, 그곳에는
오랜만에 만난 바다에 기분은 최고조! 하늘거리는 양귀비와 청보라 수레국화. 바위위에 사람꽃이 피었다. 다리가 너무 길게 나왔네.ㅎ 자다 생각해도 웃기는 분이언니와... 해변에 핀 갯무꽃 잔물결 일렁이는 태화강변 뭐니뭐니해도 도시락 까묵는 시간이 쵝오죠. 고소 공포증 심한데 내 인생 첨으로 출렁다리를.... 관광버스에 올라 돌아오는 무렵 석양. 앞서 걷는 다정한 두 모녀를 보니, 홀로 계신 엄니 생각이... 몇 년 만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무튼 실로 오랜만에 산악회 버스에 올랐다. 코로나에 지칠 무렵, 늘 조심하던 분이 언니도 살금살금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같이 가자는 연락이 왔었다. 바다를 본다는 기쁨에 따라 나선길. 풍경을 따로 담지 않아 사진마다 못난이 출동. 그래서 망설이다 뒤늦게 그냥 올..
2022.05.23 -
벚꽃 엔딩
정수리에 앉은 봄이 오수에 젖은 시간 빨간 우체통 그 너머 분홍빛 웃음이 소란하다 바람의 애무로 하롱하롱 지는 꽃잎들 참을 수 없는 그 가벼움도 음률이더라. 차양 넓은 햇살 아래 결 고은 낙하 무언이 유언임에 세상이 가히 아름다워라
2022.05.04 -
호숫가에서
길가에 수레 국화도 만나고, 천생산 자락 아래 푸른 물결이 살갑다. 미루나무를 만나면 그저 좋다. 왼편 산봉오리는 천생산 정상이다. 찻집인가 기웃거려보니, 쉼터이다. 커피 가져 간다는 게 깜빡. 화들짝 피던 꽃 잔치 1부도 끝나고 연두에서 초록으로 출렁이는 계절이다. 목 뒷덜미 따끈해져 산을 포기하고 집 근처 호수를 찾아 들었다. 쉼터와 벤치. 몇 권의 책도 갖춰져 있고 쉼터가 될 수 있게 애쓴 흔적들이 보였다. 산 아래에서 쑥도 한 줌 뜯어왔다. 쑥 전 한 소당 부쳐 볼 요량이다.
2022.04.20 -
아네모네는 피는데
오호라 너로구나 숨막히는 뒤태로고 떠난 님 그리운가 하염없이 앉아있네 이별은 할은단애라는 형별같은 나날들..
2022.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