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흔적/시가있는 언덕배기엔...(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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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봄맞이/ 법정 나는 금년에 봄을 세 번 맞이한 셈이다. 첫 번째 봄은 부겐빌리아가 불꽃처럼 피어오르던 태평양 연안의 캘리포니아에서였고, 두 번째 봄은 산수유를 시작으로 진달래와 산벚꽃과 철쭉이 눈부시도록 피어난 조계산에서였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이 두메산골의 오두막에서 무리지어 피어..
2010.03.28 -
자작나무...
자작나무(白樺)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모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 「정본 백석 시집」 (2007, 문학..
2010.03.26 -
나는 굽 없는 신발이다....
그때는 뾰족 구두로 똑, 똑 소리 나게 걸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신발 굽이 낮아진다 그저 높낮이 없이 바닥이 평평하고 언제 끌고 나가도 군말 없이 따라 오는 편안한 신발이 좋다. 내가 콕,콕 땅을 후비며 걸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헤지게 했는지 또닥거리며 걸었을 때, 또 얼마나 많은 ..
2010.03.23 -
아내의 정부...........
아내의 정부/ 문동만 다시 저 사내 아내는 아파 드러누웠고 잠시 아내의 동태를 살피러 집에 들른 것 어떤 남자가 양푼에 식은밥을 비벼 먹다가 그 터지는 볼로 나를 쳐다본다 그래 그렇지 오랜 세월 아내의 정부였다는 저 남자 늘 비닐봉다리를 가방처럼 들고 다니며 옛 여자의 냉장고를 채워주는 게 ..
2010.03.21 -
탱자나무...
탱자나무 사랑이 가시 사이에 핀 꽃인 줄 누가 알았으랴. 사랑을 가지려 손 내밀었다가 나 꽃 진 뒤에도 오래도록 눈물 흘리네. 사진...자파리님 시 ...김 혜숙님
2010.03.19 -
겨울 사랑...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 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문 정 희
2009.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