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전기웅 지난 폭우에 떨어진 사과를 바닥 한군데 둥그렇게 모아놓고 끌고 온 리어카에 하나둘 태운다 구석진 자리이기는 해도나름 북적대는 시장 가판대 위로 데려간다 둥근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아둔 저들끼리 가슴과 가슴을 서로 껴안는 사과 모자란 햇살에 풋내나는 사과는 햇살을 조금 더 쬐어준다 장날 구경 꼭 가고 싶어 하셨는데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눕혀둔 방 어머니를 이제야 모시고 나오다니! 불러 모은 사람들 눈빛에, 죄스레 골고루. 천천히. 속속들이 닦아 말리고 있다, 뒤늦은 후회로 ◇전기웅= 2016년 계간 ‘서정문학’으로 등단. 형상시학회 회원. 시집 ‘촛불 바위’가 있음. 삶의 막다른 길에서 죽음을 선택하려고 강가를 서성거리다가 누군가 벤치에 놓고 간 시집 하나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 시집은 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