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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의 이야기

사과 전기웅 지난 폭우에 떨어진 사과를 바닥 한군데 둥그렇게 모아놓고 끌고 온 리어카에 하나둘 태운다 구석진 자리이기는 해도나름 북적대는 시장 가판대 위로 데려간다 둥근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아둔 저들끼리 가슴과 가슴을 서로 껴안는 사과 모자란 햇살에 풋내나는 사과는 햇살을 조금 더 쬐어준다 장날 구경 꼭 가고 싶어 하셨는데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눕혀둔 방 어머니를 이제야 모시고 나오다니! 불러 모은 사람들 눈빛에, 죄스레 골고루. 천천히. 속속들이 닦아 말리고 있다, 뒤늦은 후회로 ◇전기웅= 2016년 계간 ‘서정문학’으로 등단. 형상시학회 회원. 시집 ‘촛불 바위’가 있음. 삶의 막다른 길에서 죽음을 선택하려고 강가를 서성거리다가 누군가 벤치에 놓고 간 시집 하나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 시집은 신경..

하루

먼저 간 동생네랑 대구에서 합류한 다음, 엄니 댁으로 달려갔다. 차창 너머 온통 금계국의 노란 꽃물결로 꽃 멀미를 하면서 그리운 엄니 얼굴 마주할 설렘으로 가득했다. 올케가 준비해 온 김밥과 음료로 새벽부터 나선 걸음에 허기를 채우며 엄니 드릴 옷을 미리 준비해 온 정성에 감동했다. 남편 없는 시댁을 가면서 엄니 좋아하는 김밥과 암자에 가실 때 입으실 옷까지 사 온 정성에 울컥해졌다. 무엇보다 애조카 준하랑 레바논 파견 다녀온 재호까지 함께하니 얼마나 든든하고 울 엄니 얼굴에 꽃이 필까 내 맘마저 콩닥하였다. 화들짝 팔 벌려 맞이해 주시는 울 엄니, 거동도 불편하신데 식혜를 가득가득 만들어 놓으셔서 또 한 번 울컥했다. 올케가 사 간 옷을 입혀드리고 동생과 언니랑 아버지까지 천도해 드린 약사암으로 가서 ..

선물 2

선물 시조라곤 학교 다닐 적 달달 외우던 시조 음수율 343434343543이 전부였던 제가 어느날 문득 단시조 매력에 빠졌답니다. 조금씩 조금씩 흉내를 내다가 써 본 '꽃무릇' 을 본 어느 문우님이 고맙게도 시화를 만들어 주셨네요. 그저 글 읽고 댓글 나눈 몇 날 되지 않은 인연임에도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심에 감사하는 마음이 큽니다. 마치 따스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느낌이에요!^^

어느 하루

옛살라비 소 치던 아이들 또롱한 눈망울들 너럭바위 품에 안겨 해종일 잔즐거림 갈바람 슬어 놓아 둔 사무치는 기억들 자오록한 물안개가 비밀처럼 피어나는 강둑 길 저 너머에 얼비치는 옛 그림자 아희야 어디로갔니 물새 홀로 외따로워 ♥몇 개월전부터 다짐 받아 둔 고향 친구 모임이다. 복닥거리는 동창회 동기회가 아닌 께벗고 자라던 마실 친구들과의 하루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시간이고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경주 포석정에서 오리백숙 먹고 남산 아래 삼릉, 솔라떼 카페에서 차 마시고 터미널 옆 정회 본점에서 회랑 매운탕, 초밥 등등 쏘주 항꼬뿌는 당근이지요.^^ 사실 수필 등단식이 서울에 있어서 겹친 날이지만, 친구들 보고픈 마음에 경주로 달린 하루가 또 하나의 추억으로 기억 저장고에 쟁여 놓았습니다.^^

할머니의 숨비소리를 찾아라!

주인공 창민이는 할머니와 둘이서 살아요. 할머니께서 해파리에 쏘인 후부터 숨비소리를 읽어버리셨대요. 창민이는 바다를 무서워하지만, 할머니께 숨비소리를 찾아주겠다고 약속하지요. 왜냐하면, 할머니를 사랑하니까요. 사랑은 용기를 불러와요. 용기는 희망을 안겨줘요. 창민이가 돌고래를 타고 떠나는 바닷속 멋진 모험! 바다는 환경오염 없이 안전할까요? 쉿! 비밀인데요. '영등할망' 어릴 적 모습도 만날 수 있어요. 제주시인 김도경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건 2006년 다음 카페 '유로 라이브'라는 포크 가수 '유로 김철민'의 팬 카페였다. 통기타 음악을 좋아한다는 분모 아래 모인 뭇사람 중에 유난히 정이 갔고 그분의 글도 좋아했었다. 이후 한 걸음 한 걸음 문인의 길을 들어서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며 ..

선물

택배 문자가 왔는데 시킨 게 없어 잘못 왔나 보다 하고 들여다봤어요 오랜 블로그 벗님이 보내주신 선물이네요. '들꽃잠 패션'에서 나오는 천연염색 단풍잎 실크 스카프와 클렌징 폼, 샴푸랑 바디 클렌저 대용이 되는 구절초 비누가 담겨 있어요. 내일 한복 입어야 하는데 보랏빛 저고리와 참 잘 어울릴 거 같아 자꾸만 웃음이 납니다. 따스한 정이 담뿍 담긴 선물로 인해 오늘 하루가 너무 행복합니다. 울 님들도 행복한 하루 엮어가세요.^^

하루

감나무 잎이 볼을 붉히며 떨켜가 생겨나고 한들한들 갈바람 타고 이별의 춤사위를 하는 계절이다. 묵은 가지 끝에 매달린 붉은 감이 노을빛을 받으면 그보다 더 고울 수가 있을까 말캉해진 기분으로 분이 언니 일당들과 합류하러 가는 길엔 늦가을에 가장 좋아하는 감나무들과 하얗게 손짓하는 갈대와 산국들이 어우러져 수채화 한 폭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동네 미장원처럼 쏟아지는 수다와 뽕삘 함유 곡으로 아뜩해지는 마음으로 바다로 내달린 하루가 탱탱하게 나를 당겨 주고 있었다. 뽀도독 닦아놓은 듯한 면경같이 맑은 날의 바다는 갯바위에 부딪혀 하얀 눈처럼 흩날리던 파도 하나 없이 아득한 수평선 너머 푸른 하늘이 가득 내려앉아 있었다. 칠포 월포를 지나 강구 어시장에 내려 할머니들이 투박하게 막 썰어주는 회를 잔뜩 사고 바..

선물

근래 시집 선물을 자주 받는다. 시집만 보면 제일 먼저 챙겨주고픈 카친 벗 수채화라고 하시던 경주 예사랑 천연염색공방 대표이신 천성순 작가님이 보내주신 진란 시집 '슬픈 거짓말을 만난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 머무는 문학카페에 계시는 청심 제성행 시인님의 첫 시집 '가슴으로 듣는 노래'이다. 시집만 보면 제일 먼저 챙겨주고 싶다는 그 말에 목젖이 아린다. 얼마나 고마운 마음인가 그리고 첫 시집을 엮으려면 얼마나 피와 땀과 고뇌가 서린 것인가 그 시집을 내게로 보내주신 그 고마움에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사실은 그분이 카페에 시를 올리실 적마다 꼭 필사를 하곤 했다. 감성에 결이 맞다고 해야 할까 어찌 내 맘을 알고 이리 보내주셨을까 참으로 감동이다. 슬픈 거짓말을 만난 적이 있다 진 란 하루 종..

가을 나들이

올해 내 생일은 제주 여행 가기로 약속하고 대충 넘어가려 했는데 약속도 없이 아들과 며느라기가 집으로 왔다. 금오산을 갈까 팔공산을 갈까 망설이다가 오랜만에 한티재로 향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하늘과 구름이 더없이 맑고 곱다. 팔공산으로 향하는 길은 시골 풍경이라 맘이 포근하다. 점심으로 꿩 샤부샤부를 먹고 구비구비 한티재에 올라 커피 테이크 아웃해서 야외에서 마시니 한결 분위기가 좋았다. 커피 마시다가 시화전 얘기가 나왔는데 며느라기가 내 시를 읽고 울었다고 했다. 왠지 그냥 뭉클했다는.... 시는 어렵고 자신이 없는데 확실한 팬 한 사람은 확보한 거 같아 내심 기분이 좋았다. 군위쪽으로 넘어가서 오랫만에 제2석굴암에 가보았다. (군위 아미타여래삼존 석굴) 군위군 부계면 남산리, 팔공산 연봉 북쪽 기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