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숙한 눈짓/나의 詩...(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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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잰걸음으로 달아난 다람쥐꼬리 너머 누군가 환한 꽃등을 켜 두었다. 냉큼 다가선 시선 가득 왼 통 다 토해낸 설움 같아 처연해 보인다. 괜스레 꾹꾹 눌러 두었던 그리움들이 돌기를 세우며 일어선다. 가을이려니...
2021.09.15 -
달의 유혹 .....
이지러진 달이 자꾸만 나를 꼬여낸다. 화들짝 창을 열고 묵은 숨까지 내쉬어 본다. 인적이 뜸해진 거리에 주홍 가로등이 저 홀로 붉고 가을 깃에 들어 선, 스산한 바람 한 줌에도 하릴없이 나대는 엇박자 심박수 계절의 경계에 서서 보냄과 다가섬이 명료해지기도 전에 기다림의 역무원이 되어 마냥 서성이고 있네...
2021.08.20 -
이별꽃 하나...
두고 간 기약 뒤로 계절이 쌓여가네 수많은 언어가 마음을 건드려도 부르지 못하는 그대 그 이름 가슴에 피어난 서러운 이별 꽃 꽃 진 그 자리에 생각이 자라고 흐려지는 시선 가득 그대 얼굴 차오르네 내 눈물 모아 다시 또 꽃 피우리 지지 않는 꽃 하나 이별 꽃 하나
2021.07.19 -
설렘이 핀다.
수레국화 어느새 토실 큰 꽃 으아리 베란다의 꽃등.. 설렘이 핀다. 숲에 맘을 부비면, 향긋한 풀꽃이 화답을 한다. 가녀린 온몸을 바람에 싣고서 긴 호흡으로 들어와 나는 그만 초록이 되고 말지. 숲에 맘을 부비면, 달뜬 맘의 음률 따라 새 울음도 화답을 한다. 그네들의 언어에 동화되어 나는 그만 풍경이 되고 말지. 아카시아 꽃이 핀다. 설렘이 핀다. 앙큼한 비밀을 간직했던 여린 날들의 풋정들은 세월의 뒤안길 따라 하마 익어갔을까.. 어느새 또 꽃들은 피어나고 봉인된 추억들이 켜켜이 피어난다.
2021.04.28 -
산벚꽃이 ᆢ
화들짝 펴 든 산벚꽃 우산이다 나무 살마다 마다 자지러지는 꽃잎들 포르르 날아간 새들의 여운마다 남겨진 음률이 홀로 겹다. 새어드는 쪽빛 하늘보다 아뜩해지는 꽃 멀미 ᆢ 난분분 낙화에도 절망하지 말자 생에 반환점에서 얼마나 나는 멀어져 왔던가ᆢ 가히 없는 이 길 간이역마다 덜컹거려 심장이 내려앉아도 종착역까지 가야 하지 않은가 ᆢ 산구비 내려서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꽃들이 피어난다. 꽃멀미에 아득해져서 시선을 내리니, 꽃다지 냉이꽃 제비꽃 봄까치꽃 양지꽃... 너로구나.. 너라서 이쁘구나... 가만가만 되뇌어 본다.
2021.03.26 -
봄이 핀다.
풋정같은 설렘으로 수액을 올리다 춘설이 난분분하니 샐쭉해진 여린 맘 햇살이 다가와 눈웃음치고 솔향 머금은 바람이 그리도 흔들던 날 춘정에 못 이겨 드러 낸 붉은 속살... 가지마다 음표 찍는 텃새들의 몸짓에도 신열이 돋고 내밀한 밀어들이 각혈하듯 자지러진다. 교교한 달빛에 하릴없이 뒤척이던 밤 낮은음으로 가만가만 먼 산이 운다.
2021.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