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숙한 눈짓/뜨락...(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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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길에 서다
11일에 등단 식이 있어 서울에 다녀왔다. 달팽이관에 문제가 있는지 악성 길치 방향치인지라 내도록 걱정하던 아들이 동행해주었다. 낯가림도 심하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게 공포 수준이라 가슴이 벌렁벌렁. 소감 이야기하는 시간에 무슨 말을 했는지 아득하다. 어쩔 수 없는 고질병 같다. 너무 많은 인연을 갖지 말라는 말씀도 있지만, 이즘 맺어진 귀한 인연에 감사하는 맘이다. 더불어 어느 유명한 시인이 쓰신 수필이 생각난다. 50년대에 비해 워낙 문예지도 많고 계간지도 많다. 시,소설,수필 분야에서 수십 명의 신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초판 발행이 2006년도인 책이니까 지금은 훨씬 더한 신인 배출이 있을 것이다. 문학계에 한 획을 그은 그 분의 시선에선 현실적인 세태에 대해 노심초사와 무엇을 염려하는..
2022.06.21 -
사진 한 장
사진은 찍는 작업 보다 버리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한다. 사진 작가님들에게 주워들은 풍월이다. 나 역시도 딱풀처럼 손에 쥔 핸드폰으로 소소한 일상을 담다 보면 시간 날 적마다 정리하며 지우게 된다. 눅눅한 내음에 잠이 깨고 창가에 매달린 빗방울이 그지없이 반가운 날 아침이다. 산에 가려던 맘을 접고 습관처럼 사진 정리를 하다가 눈에 띄는 사진을 보게 됐다. 먼저 간 동생의 큰 조카가 레바논 파견 간 동생과 영상통화를 연결해 엄니께 보여 드리는 사진이다. 보문 호수 옆 '쑥부쟁이' 한정식집에서다. 저 반달눈에 엄니 모습에는 그리움 기다림 애틋함 대견함... 모든 감정이 배인 고운 모습이다. 일상에서 건진 이즘에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2022.06.05 -
차향처럼
내 프로필에는 세 번 우려낸 차향처럼 담백하게 살고 싶다는 염원을 써 놓았다. 굽이굽이 인생길을 달려오면서 잘되지 않았음에 생긴 염원 아니겠는가 사람과 사람 사이는 참 어렵다.
2022.03.26 -
이순 너머 꽃이 되다니...
내가 올렸던 포스팅중에 '겨울에 만난, 가을 운동회' 에 이성교 시인님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이성교시인님의 조카인 '해무 이선정'씨도 시인으로 활동중이다. 2019년과 2022년의 산불의 의한 기록이 맘이 아프다. 여전히 산불은 진화되지 못한 채로이다. 살던 집이 홀랑 타버리고 하루아침에 옷가지 하나 숟가락 몽뎅이 하나 안 남은기라 털썩 주저앉았던 어느 날 타고 댕기던 차 뒤 트렁크 낚시 가방에서 오래전부터 모아놓고 잊아뿟던 옛날 돈뭉치가 나온기야 씨알 돈 알제 행운의 돈 말이다 얼매 안되는 돈이라도 볼 때마다 힘이 솟는 거 있제 그때부터 한 장씩 이래 주변에 나눠주고 있다 안카노 받아라 니한테도 곧 행운이 올끼다 &... 몇 년 전 친구가 전해준 행운의 돈을 생각하며 본인도 이번 산불로 피난을 갔다 왔..
2022.03.10 -
봄이 오는 길
2022년 2월 22일 유난히 2란 숫자가 많은 날. 어제 일이다. 엄니랑 눈 맞추느라 한동안 산에 못 갔더니 자꾸만 몸이 무거워진다. 오늘은 오지게 맘먹고 나선 길. 바람이 제법 차갑지만 양지녘에는 봄기운이 제법 감돌았다. 산에서 내려와 둘레길을 걸었다. 저수지위에 얇은 살얼음 모자가 반쯤 벗겨지고 실바람 타고 윤슬이 반짝였다. 새마을금고에 볼일이 있어 둘레길을 더 내려가서 산 중턱에 있는 행정 복지관을 돌아 내려서는 길에 찬바람에 오도도 떨고 있는 매화꽃을 만났다. 이른 봄의 여울목이라 와락 반가웠다. 방에만 계시는 엄니 보여 드리려고 몇 컷 담아보았다. 따스한 봄이 오면 애조카 울 쭈나랑 엄니랑 경주 나들이 가자고 새끼손가락 걸었다. 봉계 이모 댁에도 가고 연잎밥도 먹으러 가리라. 오래전 블로그 인..
2022.02.23 -
겨울에 만난, 가을 운동회
국밥 시인 이인수님의 카스에 날마다 들락거린다. 올려주신 詩를 배독하기 위한,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루틴이다. 그기에서 민석기 사진가님을 알게 되었고, 사진집도 구입해 보았다. 사진집 서문은 시인.문학박사.성신여대 명예교수이신 이성교님이 써주셨다. 같은 동향이라 애정도 깊으셨는데, 서문을 친필로 써주신걸 받고 사진전 끝나고, 사진집 나오기전에 애석하게도 코로나 확진으로 돌아가시게 되었다. 해무 이선정 시인의 백부이기도 하고, 고향 삼척 원덕읍 월천을 그리워하고 사랑하셔서 호도 월천으로 지으셨다고 한다. 수필에 관심이 많아서 ' 동해 하얀파도를 따라' 란 수필집을 구입해서 읽어보기도 했다. 그기 올라온 '가을 운동회' 는 1979년 국정 교과서(중학 국어 1-2)에 실려 10년간 실리기도 했다. 가을 운동..
2022.02.08